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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소 alookso] 후쿠시마 원전수 방출, 중립적인 환경평가 전제해야
  • 글쓴이 포용과 혁신
  • 작성일 2023-06-29 20:34:11
  • 조회수 67
서균렬(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서균렬 교수 (출처: 신동아)

2011년 3월 11일 강진과 함께 찾아온 산더미 같은 해일 넘어 멈춰선 후쿠시마의 시계는 25시에 멈춰있다. 35년 전 미국 웨스팅하우스에서 우연찮게 후쿠시마 원전 대형사고를 연구했던 필자가 12년 전 사고 당시 귀띔해준 조언에 복지부동하던 일본 정부였다. 핵연료 용융, 원자로 파손, 저장조 폭발엔 마이동풍으로, 수소 폭발, 증기 폭발엔 우이독경으로, 지하수 차단, 시멘트 봉합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도쿄전력이 이젠 다급해진 모양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수박 겉핥기식 점검, 국내 22인 시찰단의 빈손 귀국, 미국 정부의 묵인, 한국 정부의 공조(共助)에 힘입어 대량의 방사성 오염수 태평양 무단 방류가 기정사실로 되면서 방사성 물질의 붕괴와 함께 올여름 바다는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후쿠시마 제 1원전 부지에 쌓여있는 오염수를 거르고 묽게 한 다음 30년에 걸쳐 흘려보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 이래 12년간 쌓인 방사성 물질의 총량과 ‘다핵종저감설비(ALPS)’의 여과 성능에 대한 합리적 의문과 과학적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원자로는 멈춰 섰지만 지속적인 붕괴열과 간헐적인 핵반응으로 지금까지도 후쿠시마 원전은 엄청난 복사열과 방사선을 내뿜고 있다. 게다가 원자로 배관계통이 파손되고 여기저기서 냉각수가 터져 나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냉각수는 구멍 뚫린 원자로와 벌어진 콘크리트 바닥을 지나 사고 원전 밑을 흐르는 지하수와 합쳐져 오늘날 1천 개 넘는 저장용기에 130만 톤 넘는 방사성 오염수가 쌓이게 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희석해 순차적으로 방류할 예정이라 문제가 없다는 견해다. 하지만 안전성을 두고 현지 어민과 시민단체, 주변국 등 국내외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도 핵연료는 계속해서 녹아내렸고, 이를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끌어다 썼다. 퍼부은 냉각수와 흘러든 지하수, 빗물 등이 섞여 고방사성 오염수가 되었다.
   
유엔 특별보고관은 오염수가 환경과 인권에 대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며 어린이가 어른보다 방사능에 민감해 방사능 피폭 및 암 발생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 오염수가 초래할 위험과 영향이 불투명하다는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도쿄전력이 희석해 방류할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당 1,500베크렐(1베크렐은 초당 방사선 1개) 이하로 세계보건기구(WHO) 음용수 기준 10,000 베크렐보다 낮으나 희석 전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평균 620,000 베크렐로 음용수로는 부적합하다.
   
국민의힘이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초청했던 웨이드 앨리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 주장과 달리 희석 전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음용 가능 수준이 아니다. 필자는 출국한 앨리슨 교수와 토론하기 위해 모 라디오방송국 제작진과 여러 날 기다렸으나 끝내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렇듯 중차대한 상황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려면 단·중장기적 생태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객관적, 보수적, 체계적인 심층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일본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고 당시부터 2013년 ALPS 작동 전후까지 상당량의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 발생된 해양오염의 심각성과 사고 전후 장기적인 해양 생태계 영향에 대한 상세한 조사 결과는 부재하거나 공개되지 않았다.
   
환경영향평가에는 장기적 방사성 물질 배출에 따른 해저 국부적인 농축과 생물학적 농축을 고려한 먹이사슬 평가가 포함되어야 하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충분한 보수성을 고려하여 심층 분석해야 하는데 도쿄전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세슘, 스트론튬, 플루토늄, 아메리슘 등은 소량만으로도 대량 피폭이 가능하다.
   
특히 3호기에는 우라늄과 플루토늄 혼합연료가 사용되어서 극미량으로도 치명적인 독극성 핵종이 유독 많을 텐데도 저장용기 내 핵종 조사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도쿄전력이 퍼다 주고 6개국 실험실에서 들여다본 시료에는 이상하리만큼 플루토늄이 적게 나왔다. 그것도 미국과 프랑스에서만 극미량 잡히고, 나머지 연구소는 찾아내지도 못했다. IAEA 참관하에 이뤄지긴 했지만 의도적으로 독극성 물질이 배제된 시료를 도쿄전력이 건네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오염수 배출시 이러한 성분은 ALPS를 통해 최소한으로 저감하고, 장기적으로 감시해 환경의 위험 증가에 영향을 주지 말아야 하며, 또한 이를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국제사회에 입증해야 한다.
   
한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국제원자력기구 4, 5차 보고서 발표와 관련해서는 해양 방류 대신 육상 저장 등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환경 오염 평가는 핵공학이 아닌 생화학, 핵의학, 수산학, 해양학의 범주에 속한다.
   
지금이라도 해양 방출보다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해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는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 호주, 뉴질랜드 포함 태평양제도 등이 연대할 때 최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욱이 현지엔 아직 1년 가까이 버틸 수 있는 가용 용기가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여기에 500만톤 급 인공호수를 축조해 오염수를 경제적, 장기적, 안정적으로 보관하는 것도 ‘한일 협력의 동반자’ 차원에서 제언한다.
   
필자는 12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사고 전산 해석과 가상현실을 융복합한 3차원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2차원 계산 결과를 3차원으로 확장해 미국 쓰리마일섬 2호기의 비대칭 사고 진행에 중첩하면 일본의 오염수 방류는 ‘방류’가 아닌 ‘투기’ 수준이라는 것이 판명된다. 보관하고 있는 오염수는 매일 흘러나오는 지하수와 오염된 해수로 희석하는 양을 포함하면 실제 투기량은 도쿄전력 발표보다 200배가량 많다.
   
시뮬레이션 결과 1호기가 녹아내리고 원자로 내부에 있던 상당량의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와 함께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확인했었다. 이 결과는 4월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보고서에서 사실로 판명됐다. 12년 만이다.
   
투기가 일어나면 방사성 핵종은 해양 전역으로 퍼져나가며, 대기로 날아가고, 심해로 가라앉을 것이다. 특히 일본 동부 해안을 따라 최고 농도를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세슘137과 스트론튬90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 암 발생 빈도는 10,000명당 1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세슘137과 스트론튬90이 완전히 없어지고 삼중수소만 남아 있으면 10억명당 1명 수준으로 무해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관건은 오염수 보관용기 내 바닥에 고여 있는 물과 침적토, 부식물, 독극물을 포함해 기준치를 넘기는 오염물질이 얼마만큼 남아 있는지에 있다. 오염수 외에도 인근 해수, 어패류, 저어류, 해조류, 퇴적물 등을 대량으로 채취해 방사선량을 정밀 측정하고 교차분석하기 위해 촘촘하고, 빈틈없는 엄정 중립 ‘국제방사성오염수감시단’ 발족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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